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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승인 외교 ② 운영자 2020-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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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faith.onmam.com/bbs/bbsView/115/5822301

대한민국 승인 외교

 

194899일 정일형 박사가 김포 공항을 떠나는 노스웨스트 항공기 트랩에 올랐을 때, 그의 손에는 가로 세로 50의 초대형 여권이 들려 있었다.

이 정도 크기면 거의 널빤지 수준이다. 흰 장지(壯紙)대한민국 여행권(大韓民國旅行券)”이라는 글씨를 붓으로 썼으니, 서예 작품이라고 보아도 무방했다.

경유지인 암스테르담에서 네덜란드 출입국 관리는 정일형의 여권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생전 처음 보는 희한한 여권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말했다.

출입국 사무를 오래 보아 왔지만 이런 여권은 처음 본다. 이들 여권을 나에게 팔라.” 우리 대표단은 이 여권을 팔면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거냐고 대답했다.

 

널빤지 크기의 서예 작품 같은 여권을 들고 우리 대표단은 파리에 도착했다. 수십 개국 대표들을 찾아다니며 대한민국의 독립을 설명하고 승인을 호소했다. 하지만 공산권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소련 대표 비신스키는 독설가로 유명했다. 그는 한 번 발언을 시작하면 몇 시간이고 지치지 않는 에너지의 소유자였다.

비신스키가 지휘하는 공산권의 전략은 필리버스터, 곧 끊임없는 발언으로 회의 진행을 방해하는 것이었다. 공산권 나라들이 서로 짜고 순서를 정했다. 한 대표가 발언을 끝내면 틈을 주지 않고 곧바로 다른 대표가 발언했다.

계속된 발언의 내용은 이승만과 대한민국에 대한 비난이었다.

한번은 연설하던 비신스키가 조병옥을 보고 흥분해서 소리쳤다.

저기, 이승만의 개가 앉아 있다.”

조병옥도 만만치 않았다. 즉시 비신스키를 가리키며 받아쳤다.

저기, 스탈린의 개가 짖고 있다.”

국제회의가 개판이 되어 버린 셈이다.

공산권의 지연 전술은 성공적이었다. 몇 시간이고 반복되는 똑같은 소리에 지친 다른 나라 대표들은 회의 도중에 밖으로 나가 버렸다. 차도 마시고 쉬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막상 표결에 들어가려고 하면 참가 인원이 정족수에 미달했다. 우리 대표들은 출입문을 지키며 제발 나가지 말고 표결에 참여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몇 시간의 똑같은 소리를 듣느라 지친 그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9월에 시작된 총회는 어느덧 12월로 접어들었다. 대한민국의 승인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회의 마지막 날을 남겨놓고 있었다. 모두 기진맥진해 있는데, 단장인 장면 박사가 무거운 입을 열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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